공기업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경영방식을 떨쳐내고 생산성 향상은 물론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하면 존재 이유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진 영향이다.
"ESG에 올라타라"…공기업에 변화의 바람 분다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혁신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잡고 있다.

친환경 모색하는 에너지 공기업들

세계 주요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속속 내세우면서 탄소 감축 등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발전 공기업인 서부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발전법 개발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부발전이 최근 공들이고 있는 친환경 신기술은 ‘수소 혼소’ 발전이다.

수소 혼소 발전은 기존에 사용하던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수소연료를 혼합해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LNG만 사용해 발전하는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서부발전은 수소 혼소 발전기술 개발을 통해 지금은 멈춰서 있는 평택1복합 발전소를 대상으로 조만간 기술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재 서부발전이 운영 중인 다른 발전소에 수소 혼소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친환경 기조에 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선박의 연료를 경유에서 친환경 연료인 LNG로 대체 공급하는 ‘LNG 벙커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LNG 연료는 경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미세먼지 배출은 99%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LNG 벙커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자회사 ‘한국엘엔지벙커링’도 설립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민간 발전사들과 협업해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전기안전공사는 2019년 민간발전협회와 ‘발전소 대기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을 통해 올해까지 3년간 GS, 포스코 등 민간 발전사와 함께 발전소 공해방지시설의 안정적 운영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합동 점검을 시행해왔다. 이 같은 협업을 통해 가스안전공사는 다른 발전소의 설비 개선 사례를 공유·연구하며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사회적 책임 실천에 앞장

ESG의 ‘S’에 해당하는 사회적 책임 역시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공기업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5~6월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고령층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돕기 위해 ‘75세 이상 어르신 코로나19 예방접종 이동지원’ 사업을 펼쳤다.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공간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버스 등 이동지원 수단의 임차 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지역난방공사는 또 정부의 방역조치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전기요금을 30~50% 감면해줬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2023년까지 졸음쉼터를 26개 더 짓기로 했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는 졸음쉼터가 236개 설치돼있다. 졸음쉼터는 2009년 도로공사 직원의 아이디어로 처음 도입됐다. 졸음쉼터의 지속적인 확충으로 2010년 119건에 달했던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는 지난해 43건으로 64% 감소했다. 도로공사는 또 졸음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차선이탈 경고용 노면포장, 졸음운전 예방 라디오 캠페인 등의 대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올여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설비 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본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사업소에 전력수급 비상대책반 및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발전설비가 고장나는 상황에 대비해 ‘24시간 비상복구지원반’을 가동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또 발전량 증가에 따른 일시적 연료 부족 상황을 대비해 연료 재고 일수를 기존 12일에서 15일로 상향 조정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