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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ODA 적극 동참…글로벌 ESG경영으로 확장해야"

[서경이 만난 사람] 손혁상 KOICA 이사장

12월 1일에 취임 1주년... 30년간 예산 56배 늘었지만 인력 충원 미진

미쉐린·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기업들 ESG 협력해 투자 기회 넓혀

국내 기업도 IBS 통한 가시적 성과 보여... LG전자 등 아프리카서 협업

KOICA, GCF 이행 기구로 사업당 최대 600억 지원…기업에 좋은 파트너

'현지 이해도' 노하우 살려 디지털·보건·그린뉴딜 ODA 사업 확대할 것

손혁상 KOICA 이사장이 운영 계획 등 비전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ODA)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최근 기업에서 추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국내에 집중된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글로벌 기업처럼 이를 개발 협력 분야로 확장해나갈 시기입니다. 그 길목에서 KOICA는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다음 달 취임 1주년을 앞두고 21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KOICA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이 KOICA와 손을 잡고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동참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ESG 경영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 취임해 ODA 체질 개선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손 이사장은 “KOICA가 선도적인 글로벌 개발협력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업의 디지털화와 부서간 통합적 접근 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취임 1주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ESG 경영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ESG 경영을 향후 자본 참여 기준으로 선언하면서 ‘환경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은 새로운 경영 과제로 떠오르는 등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기업이 이익 추구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강제 노역, 환경 파괴, 인권침해를 묵인할 경우 국제적 규탄과 더불어 각종 규제가 뒤따를 수 있다. 실제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기업은 ESG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을 요구하고 중국은 ‘중국형 ESG 표준’을 만들어 위기를 타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손 이사장은 “KOICA가 구축한 개발도상국 현지 주민 삶의 변화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키워나갈 수 있다”며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의 ODA 사업을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와 협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기업들은 ODA 사업을 통해 친환경 가치 추구에 동참하는 추세다. 미쉐린타이어는 지난 2015년부터 USAID와 함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 공정한 임금을 받고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로열 레스타리 우타마’ 지구를 세웠다. 미쉐린타이어 전 세계 공급량의 10%에 해당하는 원자재를 이 지구에서 사들여 인도네시아에 6,000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2014년부터 USAID의 신용보증을 기반으로 동남아프리카 13개국에 대규모 천연가스발전소와 태양광·지열 등 각종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해 8년 만기 저금리 대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손혁상 KOICA 이사장./오승현 기자


한국 기업과도 ODA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KOICA는 현재 민간기업과 공동의 개발협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을 운영 중인데 최근 가시적 성과가 눈에 띈다. LG전자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직업기술대학 운영사업을 진행 중이고, 롯데는 베트남 유통산업 상생발전 역량강화 2차 사업을 하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베트남에서 서비스 특화 교육을 위한 여성인력양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IBS는 민간기업의 자산규모에 따라 일정분담비율로 예산을 매칭해 지원 중이다. 대기업은 5대5의 비율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은 KOICA가 70%, 기업이 30%를 부담한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예산 소모를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손 이사장은 “KOICA는 30년간 개발협력 사업 경험을 축적해왔고 현지 정보뿐 아니라 국제기구 등 네트워크가 공고하다”며 “참여 기업은 KOICA의 이 같은 신뢰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KOICA가 지원하는 ODA 사업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손 이사장은 “KOICA는 올해 7월 유엔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 이행 기구로 인증받았다. 앞으로 50 대 50의 비율로 KOICA와 GCF로 ODA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GCF를 통해 한 ODA 사업에 최소 120억 원에서 최대 60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여기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은 국제사회로부터 녹색 사업에 대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GCF는 2010년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발전 및 기후 복원력 강화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돼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둔 유엔 산하 국제 금융 기구다. 현재까지 202억 달러(약 23조 7,552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으며 각국의 이행 기구를 통해 에너지 생산·보급 및 기후변화 취약 지역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KOICA는 세계은행(WB)·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등 다른 GCF 인증 기구들과 협력해 총 5억 6,000만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진행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이런 협력 범위를 크게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경산업연구원과 녹색기술센터 등 국내 환경 전문 기관들과도 협력해 개발도상국 대상 사업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맞춰 손 이사장은 KOICA 설립 30주년을 맞아 앞으로 유엔과 유럽연합(EU)에서 주도하는 대규모 ODA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독일이 서아프리카 전체 대륙을 겨냥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을 구상하는 것처럼 ODA 규모가 점점 커져 여러 기구 간 협업이 필요하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는 기준은 지원금 규모가 아닌 순수 역량”이라며 “KOICA는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세우는 이런 인프라 사업을 넘어 그린·디지털 분야 관련 전체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짜고 실행하는 역량을 기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손 이사장은 특히 “현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단체·기업을 엮어 전체 그림을 그리는 게 KOICA가 앞으로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인상적인 사업은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로 사업인데, 이 사업의 핵심은 ‘탁아소 설립’이었다. 가용 노동력이 부족하기에 수로 시설 근처에 탁아소를 짓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까지 관리해 주부·노인 등 추가 노동력을 투입, 생산력을 끌어올렸다”고 예를 들었다.



KOICA가 해외 사무소를 통해 쌓은 현지에 대한 이해에 국내 보건·그린·디지털 분야 전문성을 결합한 ODA 사업 기획으로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손혁상 KOICA 이사장./오승현 기자


디지털 분야 ODA 사업은 이미 한국의 강점으로 꼽히는 영역이다. 그동안 KOICA가 여러 개발도상국과 전자 정부 운영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과의 협업을 통해 방글라데시 전자 정부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온라인 증명서 11만 8,000여 건을 발급하고 지방세 약 170만 달러를 온라인으로 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금융결제원과 한국정보기술단이 참여해 캄보디아 내 온라인뱅킹과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과 함께 미얀마 국민들이 자국 법률을 검색할 수 있도록 미얀마 현행 법령과 자치 법령 약 7,000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KOICA는 보건, 교육, 행정, 농촌 개발 등 익숙한 ODA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 요소를 될 수 있으면 많이 접목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며 “올해 3월 디지털 분야 3대 추진 방향으로 △디지털 주류화 확대 △디지털 핵심 사업 발굴 비중 연 10% 확대 △디지털 생태계와 추진 기반 조성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디지털 주류화’란 ODA 사업 요소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기술의 접근성·효율성·효과성 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린 ODA 사업은 앞으로 정부가 더욱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분야다. KOICA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한 ODA 사업의 8.4%가 기후변화 분야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평균인 11.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손 이사장은 “정부의 ‘한국형 뉴딜’ 정책 기조에 발맞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그린 뉴딜 ODA 지붕을 OECD DAC 평균 수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 사업은 향후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감(mitigation)’과 이미 배출된 탄소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적응(adaptation)’으로 구성된다.

손 이사장은 “KOICA는 개발도상국의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3대 분야로 △재생에너지 △그린 모빌리티 △자원 순환 및 폐기물을 채택했다”며 “특히 그린 모빌리티 분야는 아직 사업을 발굴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KOICA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은 피지와 미얀마에 4~5㎿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하는 저탄소 에너지 전환이며 자원 순환 및 폐기물 분야는 베트남에서 폐기물 감량 사업을 진행 중이다.

KOICA는 나아가 지난해 기후위기와 감염병 대응 위기 기능을 융합적으로 다루는 ‘기후·감염병위기대응실’을 신설했다. 손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기후변화와 감염병 발생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했다”며 “GCF 지원 사업도 기후·감염병위기대응실을 중심으로 융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유통되던 야생 동물에서 감염이 발생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다른 종으로 넘어오는 인수 감염의 확률이 높아진 원인으로 과밀한 동물 사육, 인구밀도 증가, 도시화 등 ‘산업화’를 지목하고 있다.

KOICA는 다만 이 같은 사업 확대에도 불구하고 운영비 증액과 가용인력 충원은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 1991년 창립한 KOICA의 예산은 현재 56배 늘어난 9,722억원에 달하지만, 인력은 30년간 2.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손 이 사장은 “국내 유사한 공공기관과 대비해도 예산은 많으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업이나 기관 운영을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손 이사장은 이를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KOICA 직원들의 열의와 의지가 강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발도상국에서 어려움 속에 일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간담회 등을 통해 지난 1년간 570여 명의 직원과 만나 건의사항을 업무에 반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력 보강 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he is… △1962년 △1985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87년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 석사 △2001년 경희대 NGO국제연구소 상임연구원 △2007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2009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2010년 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센터장 △2011년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2015년 국제개발협력학회(KAIDEC) 학회장 △2016년 경희대 공공대학원 원장 △2018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 △2019년 경희대 대외부총장 △2020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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