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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술 타깃’ 公기업… "정부 지침 따랐는데 죄인 프레임" 반발 [공공기관 혁신 윤곽]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8 18:18

수정 2022.06.28 18:18

정권 초기마다 개혁 언급에 불만
"파티 끝? 초봉은 대기업보다 낮아
성과급 잔치는 고액연봉 고위직뿐"
일부 기관, 하반기 업무 미루고 대기
‘대수술 타깃’ 公기업… "정부 지침 따랐는데 죄인 프레임" 반발 [공공기관 혁신 윤곽]
윤석열 대통령이 고강도의 공공기관 개혁을 지시하면서 기관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다. 매번 정권 초기에는 정부가 건드리기 쉬운 공공기관 개혁이 언급돼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한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공공기관은 하반기 주요 추진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정부의 개혁안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인사가 수장으로 남아있는 공공기관은 괜히 새 정권에 밉보여 개혁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공기관 파티 끝? 준비한 적도 없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한 공공기관의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공기관 파티' 발언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하시는데, 사실상 파티를 준비조차 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추 부총리가 최근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 작성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성과급의 80%밖에 받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고위직을 빼고는 성과급 잔치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에 대부분의 직원이 크게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 당시 기관들의 경영성과 성적이 전반적으로 낮았다고 판단해 성과급 지급률 상한을 일률적으로 20%씩 삭감한 바 있다. 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당초 기본연봉의 200%까지 줄 수 있던 성과급이 160% 이내로 조정됐고, 직원들은 월 기본급의 500%까지 줄 수 있던 것을 400% 이내로 떨어뜨렸다.

한 공공기관 신입 직원은 "대부분 공기업 초봉은 대기업보다 낮다"며 "파티의 대상자인 고연봉자는 고연차 직원일 텐데 공공기관 직원들이 모두 거액을 받는 것처럼 비쳐 억울하다"고 했다.

■"차라리 청사 없는 게 다행" 쓴웃음도

정부가 공공기관을 향해 칼을 꺼내든 것은 과거의 방만한 경영으로 공공기관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11만6000명 늘어 총 44만명에 이른다. 공공기관 직원 4명 중 1명이 이전 정부에서 채용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경된 정부 지침에 맞춰 업무를 추진했을 뿐인데 '죄인' 프레임을 씌워 개혁을 강요하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공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청사도 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차라리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 방향에 대해 "과하게 넓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고 너무나 호화로운 청사도 과감히 매각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며 대대적인 혁신·구조조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청사가 있는 공공기관도 이 같은 상황은 불편하기만 하다. 이 공공기관 관계자는 "우리는 청사가 있지만 호화도 아니고 개인당 사무공간도 협소한데 괜한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하반기 중점업무를 제쳐두고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안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괜히 시키지도 않은 일을 추진하다 정부에 찍히느니 개혁안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B공공기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조만간 산하 공공기관에 지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내용이 담길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전 정권 인물이 수장으로 있는 공공기관은 눈치싸움이 더 치열하다. 섣불리 신사업을 추진했다가 쇄신안의 타기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개혁안에는 빚을 불리고 있는 공기업 등의 재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고액연봉자의 처우를 깎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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